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만큼 이번 주말에는 해프닝들도 있었습니다.
캠핑장들에서도 거의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는데,
'무엇보다도 <전기> 문제가 우리 모두를 긴장케 했습니다.

맨 먼저는 A B C 세 사이트의 전기가 나갔습니다.
한 콘센트에 세 사이트가 배정되었는데, 배전판 차단기가 내려간 것입니다.

참고로, 연꽃마을 체험관 건물 안의 콘센트는 각각마다 차단기가 달려 있는데,
각각의 용량이 20A(암페어)짜리입니다.
그 정도면 총 4.4kw 정도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한 콘센트에 세 텐트를 배정하므로,
이론상으로는 한 텐트 당 최대 1,400w씩 사용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캠핑장과 마찬가지로 연꽃마을도
한 텐트 당 이용 한도를 600w 정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BC 사이트에 이어 얼마 후 DEF 사이트도 전기가 나갔습니다.
20 암페어짜리 차단기가 내려간 것입니다.
세 텐트에서 종합하여 4kw 이상을 사용하였다는 결론이겠지요?

날씨가 추우면 전열기 사용의 유혹을 받기 마련입니다.
특히 별도의 난방기(석유 난로 같은)를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하셨고
어린 아이들이 있는 캠퍼들로서는 누구라도 그런 유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분들을 너무 탓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차단기가 내려가면 다른 텐트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니 그게 문제입니다.
<비싼> 전기 사용료까지 받으면서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제공하지 못하니
운영자 입장에서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전열기> 사용을 허용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작은 히터 하나도 최저 800-1200w가 소모되고, 전기밥솥은 1인분에 600w 정도고
4인분을 기준으로 하면 1400w 정도가 소모됩니다.
각 텐트에서 사용하는 전기 뿐만 아니라 체험장 내의 시설들의 전기 사용도 있으니
전체 전기 사용량이 상당히 큽니다.

대표적인 전기 기기가 샤워실의 온수를 위한 온수기입니다.
게다가 설거지를 위한 개수대의 전기순간온수기도 전력사용량이 엄청납니다.

어부동 연꽃마을도 이번에 개수대에 전기순간온수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첫번째는, 온수 용량의 문제입니다.

사실, 이번 온수기 전에 지난 주에 설치했던 온수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오셨던 팀들에서 온수가 안 나온다는 말이 있어 가보았더니
실제로 온수기에서 온수가 안 나오고 찬 물이 계속 나왔습니다.
4년 전에 철거했던 오랜 제품이라 고장이 났다고 판단해서 고쳐서 다른 데에서 쓰더라도 일단은 철거를 하고서
이번 주말을 대비해서 25만원을 주고 급히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서 설치했습니다.

우리가 간 보일러 가게에선 가장 큰 용량(50리터짜리)이었습니다.
뜨거운 물 50리터이니, 열두 텐트에서 나누어쓰면 될 것 같았습니다.
찬물과 섞어서 쓰니 150리터는 만들 수 있는 온수인 것입니다.

설치 후 온수가 잘 나왔습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수가 안 나온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부랴부랴 달려가보니, 이런! 지난 주와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로 온수가 안 나오고 찬 물이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온수기가 문제인 것은 아닐테고...
한참 궁리 끝에 그제야 알았습니다.
온수기가 만들어내는 온수보다 사용량이 월등히 많으니 감당이 안 되는 것입니다.
식사 후 설거지 시간이 비슷하다보니 사람이 몰리면 온수기 속의 50리터 온수가 금방 동이 나고,
그러면 뒷 사람은 찬 물밖에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철거한 지난 온수기도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개수대의 구조적인 문제로, 온수와 냉수를 수도꼭지 하나에서 섞어서 쓸 수 있는 설비가 어려워서
설거지 통에다 온수와 냉수를 받아서 쓰도록 하였더니
어떤 이는 물을 뜨끈뜨끈하게 하여서 사용하고
또 어떤 이는 설거지거리가 많으니 온수 사용량이 많기도 하고,
그러니 이 50리터짜리 온수기로는 모두를 커버할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방법은, 설거지 시간을 좀 달리해서 온수기가 온수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려우면 온수를 한 양동이씩 배급을 해요? ^^
아니면, 온수기를 하나 더 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온수기와 관련하여 두 번째 문제는,
전기순간온수기가 사용하는 전력량입니다.
이게 기본적으로 2400w입니다.
일반 가정 같으면 온수 50리터를 한번 데워두면 하루 종일 쓰고도 남습니다.
그러니 온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전력량에다 보온 유지 정도를 위한 전기만 더 들 뿐입니다.
그런데 캠프장은 상황이 다릅니다. 하루 종일 전기온수기가 가동이 되어야 합니다.
앞에서처럼, 앞 사람들이 온수를 다 빼 써버리면 뒷 사람들은
아주 차가운 물보다는 나으니까 온수기를 통과한 물을 콜콸 틀어 사용합니다.
그러는 동안 온수기는 계속 최대치로 가동이 됩니다.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20A 짜리 콘센트에 단독으로 꽂아놓은 전기순간온수기였는데,
배전반의 차단기는 견뎌내는데,
온수기까지 연결한 릴선이 감당을 못하고 녹아내린 것입니다.
그나마 미리 알았으니 망정이지, 자칫 화재가 날 뻔 했습니다.



릴 선에 전열기를 연결해서 쓸 땐 감겨 있는 줄을 다 풀어 놓고 써야 한다는 상식을 깜빡 잊고
그대로 감은 채로 온수기를 꽂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한 번 50리터를 데울 땐 감당이 되었는데
계속 이어지자 선에서 열이 나기 사작했고, 마침내 녹아붙었습니다.
화재가 나기 직전에 릴선 자체 차단기가 내려갔습니다.

전기 때문에 난리법석을 떨었던 주말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더 추워질 텐데, 그리고 겨울이 깊어지면 더 추워질 텐데
앞으로 전기 문제, 온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저희의 숙제입니다.
당장 다음주 주말이 걱정입니다.
뭔가 해결책을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초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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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 사무실 앞에 날마다 찾아오는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한 마리가 날마다 찾아와 현관 유리창 앞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휙 하고 날아갑니다.
오늘 아침에도 또 찾아왔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겨우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직은 친구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혼자 이렇게 찾아오는지 수수께끼입니다.